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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백도’가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야구 경기를 보면서 문득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 전통놀이인 윷놀이의 ‘백도’가 야구에도 적용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1루에 진루한 주자가 백도로 곧장 홈에 돌아와 득점하는가 하면, 어렵게 3루까지 도착한 주자는 오히려 2루로 물러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단번에 점수를 얻고, 누군가는 목표를 눈앞에 두고 오히려 뒤로 밀려나는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런 엉뚱한 상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과 그리 동떨어진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윷놀이에서 백도는 정당한 규칙입니다. 야구에서도 모든 선수가 사전에 합의해 새로운 규칙으로 채택한다면 또 다른 방식의 경기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미 정해진 규칙을 누군가 자신의 득점을 위해 마음대로 바꾸거나 유리할 때만 적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정은 생략해도 되는가
우리 사회에서 수익과 성과, 목표 달성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결과를 얻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과정과 절차가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됩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안전 규정이 무시되고, 개인의 성공을 위해 타인의 권리가 침해되며, 조직의 목표 달성을 이유로 공정한 원칙이 훼손되는 일들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당장의 결과와 이익을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할 법과 규칙은 물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까지 희생시키는 현실입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을 떠올려 봅니다. 건물을 예정된 날짜에 완공하고 사업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공사 기간을 맞추거나 비용을 절감하려는 압박 속에서 설계 기준과 시공 절차, 안전 점검이 소홀해진다면 그 결과는 단순한 사업상의 손실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실시공의 위험은 결국 그곳에서 살아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은 근로자의 생명과도 직결됩니다. 건물을 완공했다는 결과만으로 그 과정의 잘못까지 덮을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건설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내부통제와 금융거래,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공공기관의 채용과 계약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성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성과에 도달하는 과정의 정당성입니다.
규칙을 피해 가는 사람이 더 유능한 사회라면
법과 규칙을 지키는 사람보다 이를 교묘하게 피해 가는 사람이 더 빠르게 성공하고, 때로는 그 방법이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라면 어떨까요? 정해진 절차를 성실히 따르는 사람은 답답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고, 규정의 허점을 찾아 이익을 얻은 사람은 영리한 사람으로 인정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확산될수록 법과 규칙은 공동체의 약속이 아니라 피해야 할 장애물로 여겨지게 됩니다. 결국 공정한 경쟁을 믿었던 사람들까지 규칙을 지켜야 할 이유를 의심하게 되고,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법과 제도를 잘 이해하고 허용된 범위 안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불합리한 규정은 고쳐야 하고, 불필요한 절차는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법의 취지를 무시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허점을 악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문제 해결과 구별되어야 합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그러한 방식으로 얻은 성과가 별다른 문제 없이 인정되고 보상받는 경우입니다. 규칙을 지킨 사람은 손해를 감수하고, 이를 우회한 사람은 더 많은 이익을 얻는 일이 반복된다면 공정한 경쟁의 의미는 점차 퇴색할 것입니다.
규칙을 피해 얻은 성공이 능력으로 인정받기 시작할 때, 공정한 사회의 토대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경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납니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나 결과만으로 능력을 판단하기보다, 그 성과를 이루기까지 어떤 원칙을 지키고 책임을 다해 왔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결국 정당한 노력과 신뢰가 공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앞서 작성한 「레퍼런스 관리의 중요성, 헤드헌터가 말하는 좋은 경력의 조건」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3루까지 온 사람이 오히려 뒤로 밀리는 현실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더라도 그 과정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해진 법과 절차를 성실히 지키며 한 걸음씩 목표에 다가가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은 규칙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필요한 과정을 생략하면서 더 빠르게 성과를 얻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단순히 목표 달성의 속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칙을 지켜온 사람은 오히려 경쟁에서 밀려나고, 규칙을 우회한 사람의 성과가 더 높이 평가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과 절차를 지키며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은 그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안전이나 품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당하게 줄인 기업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면, 성실하게 원칙을 지켜온 기업은 정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규칙을 우회해 얻은 성공이 언제나 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된 시공이나 부당한 거래가 뒤늦게 드러나면 손해배상과 제재, 신뢰 상실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후에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이미 발생한 피해가 모두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규칙을 어긴 뒤의 처벌뿐 아니라,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정당한 노력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와 문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박수를 보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법과 규칙이 언제나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시대가 변하면 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은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그 변화는 누구에게나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와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개인과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위해 노력하고 목표를 이루려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권리와 안전을 희생시키거나, 지켜야 할 법과 원칙을 자신의 편의에 따라 무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우리가 어떤 성과를 평가할 때 결과의 크기만 바라본다면, 그 뒤에 가려진 과정의 잘못을 놓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과에 이르기까지 어떤 책임을 다했고 어떤 원칙을 지켰는지 함께 살핀다면, 성공의 의미도 조금은 달라질 것입니다.
야구에서 홈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득점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베이스를 밟았을 때 비로소 점수가 되는 것처럼, 사회에서도 성공을 인정하는 기준에는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의 정당성이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법과 원칙을 지켜온 이들의 노력보다, 이를 외면하고 얻어낸 성공에 더 큰 박수를 보내며 우리 사회의 모순을 정당화해 온 것은 아닐까요?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 법률과 제도의 원문 및 현행 규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법령정보 서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