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만 찾는 기업, 10년 뒤 숙련된 인재는 누가 키울까?

경력직만 찾는 기업의 채용 면접과 신입사원 육성을 위한 협업 교육 모습

최근 경력직만 찾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채용시장과 인재 육성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을 선발해 육성하기보다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력직을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AI가 신입사원의 기초업무 일부를 대신하면서 인재 육성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력직 채용이 당장의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어도, 미래의 숙련된 인재까지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들이 인재 육성보다 외부 영입에 집중한다면, 10년 뒤 필요한 전문인력은 누가 길러낼 것일까요?

앞서 「청년실업, 신입사원의 일자리는 어디로 사라지고 있을까?」에서 청년들의 첫 취업 문제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미래 인재 확보와 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기업은 왜 경력직을 선호하게 되었을까?

과거 기업의 공개채용은 신입사원을 선발해 교육과 실무 경험을 통해 미래의 핵심 인재로 육성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의 전문성과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채용의 중심은 점차 수시채용과 직무 경험을 갖춘 인재 확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채용 기준이 ‘앞으로 성장할 인재’에서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신규채용 실태조사」에서 67.6%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을 가장 중요한 채용 평가요소로 꼽았습니다. 수시채용만 실시한다는 기업은 54.8%, 직무 중심 채용 강화를 주요 채용 트렌드로 선택한 기업은 72.2%였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하반기 기업 채용 트렌드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51%가 경력직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신입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0.3%, 신입과 경력을 비슷하게 선호한다는 기업은 38.7%였습니다.

수시채용이 반드시 경력직 채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두 조사의 대상과 평가 기준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기업들이 채용 방식과 관계없이 지원자의 실무 경험과 직무 전문성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에게도 경력을 요구하는 시대

경력 중심 채용의 특징은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대기업 채용동향 조사와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의 대졸 신규 입사자 가운데 이전 직장 경험이 있는 이른바 ‘중고 신입’의 비중은 2023년 25.7%에서 2024년 28.9%로 증가했습니다. 조사 대상 대기업의 신규 입사자 약 10명 중 3명이 이미 직장 경력을 갖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는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국내 모든 기업의 신입 채용 현황을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첫 직장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이 이미 실무 경험을 갖춘 지원자와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기업이 업무 경험을 중시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 경력이 필요하고, 경력을 쌓으려면 먼저 취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청년들의 경력 형성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는 청년 개인의 취업 문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늘 첫 직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은 몇 년 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기회도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력직만 찾는 기업의 채용 현황과 미래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통계 인포그래픽
경력직 채용과 미래 인재 육성의 주요 지표

경력직 채용 경쟁, 기업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은?

경력직 채용은 기업이 부족한 전문성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조직을 개편할 때 이미 관련 업무를 경험한 인재를 영입하면 교육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금융권의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전문지식뿐 아니라 실제 거래와 고객 대응 과정에서 축적한 판단력과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경력직 채용은 기업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그 자체로 새로운 숙련인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A기업에서 5년 동안 경험을 쌓은 인재가 B기업으로 이직한다면, B기업은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산업 전체의 숙련인력 규모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기업 간 인재 이동은 새로운 지식과 경험의 확산을 촉진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도 합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외부의 검증된 인재를 확보하는 데만 집중하고 신규 인력의 육성을 소홀히 한다면,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숙련인력 공급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개별 기업에는 합리적인 경력직 채용 전략이 산업 전체에서는 미래 인재 육성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재를 키운 기업과 영입한 기업, 교육비는 누가 부담할까?

기업이 신입사원을 전문인력으로 성장시키려면 교육비뿐 아니라 선배 직원의 지도 시간, 업무 적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실제 업무를 경험할 기회 등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이러한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생산성과 조직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육성한 인재가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면 그동안 축적된 전문성은 새로운 기업에서도 활용됩니다. 인재를 영입한 기업은 필요한 역량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기존 기업은 인력 공백과 대체 채용에 따른 부담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재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닙니다. 근로자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직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중요한 기능이며, 기업 간 인재 이동은 산업 전체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재 육성에 투자한 기업이 그 성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교육투자를 줄이기 시작할 때 발생합니다. 모든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외부에서 확보하려 한다면, 누군가는 계속 인재를 길러야 하지만 그 책임을 적극적으로 맡으려는 기업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재 육성을 단순한 교육비 지출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와 연결해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권 실제 사례, 경력직 영입과 내부 육성은 어떻게 다를까?

금융권의 실제 채용 사례에서도 외부 전문인력 영입과 내부 인재 육성이라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2025년 자산관리(WM) 사업 확대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 출신 프라이빗뱅커(PB) 2명을 영입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전문성과 영업 경험을 외부 인재를 통해 확보하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2026년 하반기에 신입행원과 경력직을 함께 채용했습니다. 특히 신입행원 UB 부문 채용공고에는 일정 기간 영업점에서 근무한 뒤 경력개발 프로그램(CDP)을 통해 본부부서나 해외점포 공모에 지원할 수 있는 경력 경로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두 사례는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서로 다른 기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외부 영입은 이미 형성된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식이고, 내부 육성은 새로운 전문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두 기업 모두 경력직 채용과 신입사원 육성을 병행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개별 사례만으로 어느 기업의 인재 전략이 더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현재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면서도 미래 인재가 성장할 경로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AI가 신입사원의 업무를 대신하면 경력은 어디에서 쌓일까?

AI 기술의 발전은 기업의 인재 육성 문제에 새로운 과제를 더하고 있습니다.

과거 신입사원은 자료 조사와 보고서 작성, 데이터 정리 등의 기초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의 흐름을 익혔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작업에서도 중요한 정보를 구분하고 오류를 발견하며, 선배 직원의 피드백을 통해 실무 판단력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AI가 이러한 업무를 지원하거나 일부 대신하면서 신입사원이 경험을 축적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 도입이 반드시 학습 기회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복적인 업무에 쓰는 시간을 줄여 신입사원이 더 빠르게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참여하도록 도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에 맞춰 업무 배분과 교육 방식을 함께 바꾸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AI가 기초업무를 대신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학습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업무 효율성은 높아져도 인재가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제 기업은 신입사원에게 단순한 업무 처리 능력뿐 아니라 AI 결과의 검증, 고객과 조직의 상황에 맞는 판단, 실제 프로젝트를 통한 문제 해결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10년 뒤 숙련된 인재 부족은 현실이 될까?

현재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10년 뒤 실제 숙련인력 부족으로 이어질지는 단정할 수 없습니다. 산업별 인력 수요와 기술 발전 속도, 기업의 교육투자, 노동시장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다만 기술 변화가 빨라질수록 기존의 경험만으로 미래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근로자 100명 가운데 약 59명에게 재교육이나 역량 향상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의 63%는 필요한 기술과 역량의 부족을 사업 전환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이는 한국에서 10년 뒤 부족해질 숙련인력의 규모를 직접 예측한 통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신규 인재의 육성과 기존 직원의 재교육을 함께 추진하지 못한다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노동시장에서 공급되는 역량 사이의 차이가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한편 채용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신규채용 실태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6.6%가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채용계획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입사원의 교육 기회와 장기적인 경력 형성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미래의 인재 부족은 단순히 일할 사람의 숫자가 모자라는 문제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이 부족해지는 문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AI 시대, 기업은 어떻게 미래 인재를 키워야 할까?

앞으로 기업의 인재 전략은 경력직 영입과 신입사원 육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필요한 전문인력은 외부에서 확보하더라도,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내부에서 성장시키는 체계는 함께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AI 도입에 맞춰 신입사원의 교육과정을 재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프로젝트 참여와 고객 대응, AI 결과 검증, 선배 직원의 피드백을 결합해 업무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경력직에게도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고 후배에게 경험을 전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외부에서 확보한 전문성이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고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축적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교육 여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교육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산업별 공동 교육과정, 대학과 기업의 연계 프로그램, 현장 직무훈련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5년 하반기 기업 채용 트렌드 조사에서 기업의 69.2%가 채용 시 AI 역량을 고려한다고 응답한 가운데, 소통·협업 능력과 직무 전문성도 중요한 평가요소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AI를 활용하는 능력에 더해 실제 현장에서 판단하고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입사원과 경력직 모두에게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해 볼 점

기업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 아닙니다. 검증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며, 전문성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당장 필요한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데만 집중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경력직 채용은 현재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지만, 신입사원 육성은 미래의 경쟁력을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기업이 인재 전략을 점검할 때는 채용 인원과 단기 성과뿐 아니라 신입사원이 실제 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충분한지, 경력직의 전문성이 조직 내부에 축적되는지, 기존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10년 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숙련된 인재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늘 신입사원에게 제공하는 업무 경험과 교육의 기회 속에서 성장하며, 기존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만들어집니다.

AI는 인간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지만,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