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접어들면 직장생활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고, 누군가는 희망퇴직을 고민합니다. 아직 자녀 교육비와 주택대출이 남아 있는데, 정작 국민연금은 65세가 되어야 받을 수 있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몇 살까지 일해야 할까요? 더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 일하고 싶다고 해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얼마나 있느냐는 것입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희미해졌지만 기대수명은 늘어났습니다. 퇴직 이후의 생활을 개인의 저축과 재취업 노력에만 맡겨두기에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53세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지만, 73세까지 일하고 싶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취업 경험자 가운데 오랜 기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난 사람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53.0세였습니다.
반면 같은 연령대에서 앞으로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69.2%였고, 이들이 희망하는 평균 근로 연령은 73.6세에 달했습니다.
다만 53.0세라는 수치는 법정 정년이나 일반적인 은퇴 시점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떠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산출한 평균 연령으로, 여기에는 경영 악화와 폐업, 건강상의 이유, 가족 돌봄 등 다양한 퇴직 사유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분명합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을 떠난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이어가기를 희망한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다시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이전과 비슷한 소득과 근로조건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퇴직 후 국민연금까지 10년, 생활비는 어디에서 마련할까?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노령연금의 정상 수급 개시 연령은 1961~1964년생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입니다. 가입기간 10년 이상 등의 수급 요건도 충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970년생 근로자가 55세에 퇴직 등의 사유로 직장을 떠난다면 정상적인 국민연금 수급 시점까지 약 10년이 남습니다.
퇴직금과 저축, 개인연금이 있더라도 이 기간의 생활비를 모두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 교육비와 주거비, 부모 부양 등으로 지출이 계속되는 가구라면 소득 감소의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일찍 받는 만큼 연금액이 감액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고령층 부가조사에서 55~79세 연금 수령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88만 원이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만의 평균이 아니라 조사에서 집계한 연금 수령액으로, 개인별 수급액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퇴직 이후 다시 취업할 수 있느냐는 문제뿐 아니라, 재취업을 통해 기존 생활을 유지할 만큼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일자리가 보장될까?
현재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60세 이상입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정년 연장이나 계속고용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현실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년을 연장한다고 해서 모든 근로자가 그 나이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인건비와 생산성, 조직의 인력 구조, 신규 채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근로자 역시 고용 기간만 늘어나고 임금이나 직무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면 실질적인 생활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 발표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서 과거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는 정년 연장이 고령층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보였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청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는 점도 제시했습니다.
물론 과거 60세 정년 의무화의 효과를 향후 65세 정년 연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산업별 인력 수요와 임금체계, 기업 규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년 연장을 논의할 때 중장년층의 고용 안정뿐 아니라 기업의 부담과 청년층의 취업 기회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년 연장과 중장년층의 고용 안정은 청년층의 취업 기회와도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입니다. 최근 AI 확산과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가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앞서 작성한 「 청년실업, 신입사원의 일자리는 어디로 사라지고 있을까?」에서도 살펴보았습니다.
오래 일하는 한국인, 일자리의 질은 어떨까?
OECD의 「2025 고용전망」은 한국의 고령자 고용 문제를 단순히 근로 기간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55~59세 근로자가 5년 뒤에도 같은 고용주 아래에서 일하는 비율이 4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는 해당 연령대의 고용 유지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OECD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평생교육, 유연한 퇴직제도, 연령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직장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비교적 활발한 국가이지만, 오래 일한다는 사실만으로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년 이후 이전보다 낮은 임금을 받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로 이동해야 한다면, 취업자 수가 늘어나더라도 개인이 체감하는 생활 안정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결국 고령자 고용정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는가뿐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얼마의 소득을 얻으며,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다른 나라는 고령 근로자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경험한 국가들도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 제도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2026년 7월부터 법정 퇴직 연령을 64세로, 재고용 연령을 69세로 높였습니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에게 기업이 재고용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고, 고령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임금 지원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법정 퇴직 연령과 재고용 제도를 구분해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고령 근로자가 계속 일할 기회를 확보하면서도 기업이 업무와 근로조건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다만 이 제도 역시 모든 근로자의 기존 임금과 직무를 그대로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재고용 대상과 계약 조건에 제한이 있고, 기업의 부담과 근로자의 소득 안정 사이에서 조정이 필요합니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정년을 높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계속고용의 기회와 함께 적절한 직무, 임금, 기업의 참여를 뒷받침할 제도가 필요합니다.
40년의 경력은 퇴직과 함께 사라져야 할까?
얼마 전 금융권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한 한 분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금융권에서 경력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쉽지 않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40년 동안 축적한 금융 전문성과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많았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모든 경력자에게 과거와 같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 역시 존중받아야 할 선택입니다. 다만 퇴직을 앞둔 근로자가 자신의 경력을 활용할 기회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기회 사이에서 조금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금융권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제조업의 기술 인력이나 영업 전문가, 오랫동안 조직을 관리해 온 근로자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존 경력에 새로운 기술과 실무교육을 결합하고 이를 실제 기업의 채용 수요와 연결할 수 있다면, 개인의 경력 단절을 줄이는 동시에 기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가능성이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려면 기업의 수요와 적절한 보상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한편,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온 인력이 퇴직 이후 새로운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러한 채용시장의 변화는 앞서 작성한 경력직만 찾는 기업, 10년 뒤 숙련된 인재는 누가 키울까? 에서도 다루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함께 준비해야 할까?
우리나라에도 중장년내일센터와 중장년 경력지원제 등 재취업을 돕기 위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중장년 재취업 지원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교육이나 자격증 취득 지원을 넘어 실제 일자리로 연결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특히 재취업 이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고용이 유지되는지,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전문성을 새로운 직장에서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중장년층의 재취업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기업마다 필요한 인력과 직무가 다르고, 퇴직자 역시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앞으로 희망하는 일의 방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실제 채용 수요와 개인의 경험·전문성을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마련되어 있는지, 새로운 환경에서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에 동일한 고용 방식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기업 규모와 산업 특성, 생산성, 인건비 부담을 고려한 현실적인 지원과 조정이 필요합니다.
중장년층의 고용을 늘리는 과정에서 청년층의 신규 채용 기회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두 세대를 일자리 경쟁의 상대방으로만 바라봐서는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기 어렵습니다.
개인에게도 자신의 경력을 점검하고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실제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우리가 생각해 볼 점 — 오래 일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고령화 시대에 개인의 노후 준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퇴직 이후의 소득 공백과 재취업 문제를 개인의 저축이나 자격증 취득만으로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고용제도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경력 전환과 재취업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기업도 중장년 근로자를 단순한 인건비 부담으로만 바라보기보다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사회란 누구나 과거의 직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사회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경험을 활용할 기회와 새로운 일을 선택할 기회가 함께 열려 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몇 살까지 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만이 아닙니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잃지 않고, 세대 간 기회를 나누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